달려라. 세상 끝까지.
by 코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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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in by 네메시스
#1.

어제 뮤지컬이 하나 끝났다. 요즘들어 방학 때 했던 일의 페이도 들어오고 있었다. 슬슬 모든 일들이 마무리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팟에 넣은 음악을 들으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늦게까지 뒷풀이를 하느라 술을 먹고 들어와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대체 폭탄주를 몇 잔이나 마신건지. 농담이라도 저 술은 한 잔도 못 마셔요. 웃으면서 말하고 싶은데, 그런 여자가 되는게 쉬운 일이었으면 내가 아직까지 이러고 있지도 않지.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이미 두시가 넘어있었다. 일을 할 당시에는 그렇게 그만두고 싶고 힘들기만 했는데, 많은 일들이 겹칠 수록 이러다 딱 죽겠구나 하는 생각 뿐이었는데 일이 다 끝나가니 허전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온 몸이 부슬부슬 떨려왔다. 요즘은 복잡한 일 투성이었다. 그래. 딱 그거다. '복잡하구나.'

돌아보면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믿을 사람도 없고, 나를 믿는 사람도 없다. 내가 가진 것도 없고 더 가질 것도 없다. 눈물 조차 말라버렸다. 내가 이름을 부를 사람도 없고 내 이름을 불러줄 사람도 없다. 그것이 내가 타락했던 이유였다. 이 문제가 해결된 적이 단 한 순간도 없었는데 왜 잊고 있었을까. 너무나 외로웠다.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던 가장 혹독했던 시절보다 지금이 더 외롭다. 힘든게 아니다. 단지, 나에겐 아무것도 없었다.

누군가에게 사랑받아본 기억조차 없는 내가 사랑을 노래한다.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한 적도 없는데 사랑에 관한 노래를 만들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다. 이런 거짓말쟁이가 어디에 또 있을까. 고통은 차라리 익숙하다. 누군가를 고통스럽게 한 적도 있고, 누군가에게 고통받아 본 적도 있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그 일 때문이다. 하필 얼마 전에,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후배랑 사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왜 그런 이야기를 생판 남에게 들어야 하는거지. 씁쓸해졌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저 그 친구가 나에게 말 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쓸쓸한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매일 매일 얼굴을 보는 사이에, 전화 한통 하려면 얼마든지 했을거라는 생각만 들었다. 대체 나이를 얼마나 더 먹어야 어른스러워 질 수 있는걸까. 난 이렇게나 어린데... 왜 내가 잘못 살고 있는게 아닐까 고민하며 마음 졸여야 하는걸까.

내가 울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눈물을 보이기 싫어서 남 몰래 울고 왔는데, 정작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 또 섭섭해지는 이런 간사한 마음. 아주 한참 멀었다. 엄마 젖 더먹고 와라.

사랑다운 사랑을 해본 것도 벌써 까마득한 예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지금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은 억제하고 억눌러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인생은 슬픈 것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난 말야, 술을 잘 마시는걸 모두가 다 알고 있지만 뻐기지 않는 사람이 좋아. 그 사람한테, 정말 안취하는거예요? 하고 물어보면, 설마요. 저 지금 취했어요. 하고 웃는 사람이 좋아. 날 보고 혜연씨라고 불러주면서 그냥 말 놓으라고 하면 웃으면서, 그게 쉽지가 않네요. 하는 사람이 좋아. 그냥 그 자리에 있어만 주세요. 뭐 대단한 사이가 될 필요 없어요. 내 남자가 될 필요 없어요. 그냥 내 사람으로만 있어주면 되요. 나는 당신 존재만으로도 행복한 것 같아요. 나도 이렇게 누군가에게 행복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상관 없다. 나는 어느새, 술을 잘 먹지만 나서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남에게 쉽게 말을 낮추지 못하는 사람이 되고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온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나보다. 나는 온화해지고 있었다. 그 사람이 좋은지 어떤지도 나는 잘 모른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너무 닮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냥, 이렇게 해두자. 놀랄 정도로 이 마음에는 어떤 갈망도, 고민도 없다. 이렇게 무덤덤해도 되는겁니까. 집에 와서, 시간 날 때 노는 거라고는 일주일에 몇시간쯤 겨우 시간 내서 게임하는게 전부고, 가끔 손톱 깎는 것을 잊어버려서 피아노 칠 때 따닥거리는 소리가 나야 손톱을 깎고, 기타친지도 한참 되어서 요즘은 줄을 잡으면 손가락이 아프다. 몸 상태가 안좋아지면 어김없이 콧물이 나고, 그렇게 좋아하는 콘푸레이크도 먹지 못할 정도가 되어버린다. 무엇보다도, 오늘처럼 울적한 날이면 눈물도 나지 않으면서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온다. 단순히 그런 일들이 슬펐다. 그래도 웃어야겠다. 결심할 것도 없다. 사람들 앞에 서면 나는 마냥 잘 웃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못된 버릇만 늘어간다.
by 코스테 | 2008/10/08 13:59 | 오늘을 산다 | 트랙백 | 덧글(0)
PM 11:29

너무나 지친 기분이었다. 새로 산 가방을 벗어 내려놓고선 후다닥 옷을 갈아입었다. 목 아래에서 울컥이는 무언가가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왜 이러지.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찬 물이 필요해. 물이 마시고 싶어. 생각과는 다르게 이불 속으로 꾸물꾸물 들어갔다. 온 몸이 보이지 않게 덮어 저 바닥속으로 속으로 들어가서야 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하나님은 너를 사랑하신단다. 너도 하나님을 가장 사랑해야해. 다른 것들은 내려놓으렴. 그런게 어딨어.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는게 아니라, 다른 것들도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어딘가 텅 빈 느낌이었다. 코가 매웠다. 눈물이 그렁그렁 눈가에 맺혔지만 절대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책상 위에서 나무 인형이 춤을 추는 듯 팔다리를 높이 치켜올리고 있었다. 이미 화장이 번지는 것 따위는 상관 없어졌는데도 눈물은 나지 않았다. 억울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딱 억울한 기분이었다.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구분 짓는 것은 너무나 외로운 분할법이다. 그 사람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우리는 가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잊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본 후에 그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판단하기도 한다. 그것도 나쁘지 않다. 그 아름다움 또한 분명히 그 사람이 노력해서 갈고 닦은 아름다움이다. 분명한 사실이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남에게 어떻게 비치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누군가를 볼 때, 그 사람이 어떻게 보이느냐 보다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봐야 한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인생은 조금 성공한 것이다.

작은 병에 옮겨담은 FRESH 향수는 옮겨담을 때 조금 흘러내린 모양인지 뚜껑을 꼭 닫았는데도 어디선가 향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그 향수는 이름부터 마음에 들었다. Pink Jasmine. 내 마음까지 채워주렴. 이불속에서 머리만 빼꼼 내밀고 향수병에 손을 뻗었지만 닿을리가 없었다. 한손에 이불을 꼭 쥐고 책상까지 걸어왔다. 둘둘 이불을 두르고 있는 모습을 할머니가 발견하시면 나이가 몇이냐며 소리지르실텐데, 언제나 이놈의 버릇은 고칠 수가 없다. 온기가 그리웠던거니. 스스로 물어봤자 대답해 줄리 없지. 마른 풀잎냄새, 꽃냄새 뒤섞인 향기에 속이 쓰려왔다. 행복한 향기에는 댓가가 따르나보다. 그래도 네가 좋아. 나는 웃었다.
by 코스테 | 2008/09/28 23:46 | 오늘을 산다 | 트랙백 | 덧글(2)
Marcellin Caillou
오랜만에 얼굴 빨개지는 아이를 봤다. 책장에서 꺼내자마자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었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예전에 이 책을 샀을 때가 떠올랐다. 약속시간이 다가올 때 계산대에 책을 들고 갔다. 한참 계산을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어디세요? 아, 지금 2번 계산데 앞에 있어요. 엇 저도 2번 계산대 앞인데. 그러세요? 잠깐만요. 이것만 잠깐 계산하고 갈게요. 아니예요, 보이네요. 간단한 저녁 약속이었다. 조금 걷다가 남자가 물었다. 무슨 책 사셨어요? 나는 별 생각 없이 대답했다. 얼굴 빨개지는 아이라고, 프랑스 책이예요. 만화책이라고 해야되나. 남자는 별 감흥 없는 표정이었다. 만화책이라는 말에, 아아, 그러세요. 한마디를 던졌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웃었다. 그 이상 말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 이 책을 아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왜 이 책을 사는지 모르는 거지. 최소한 이 책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은거구나. 그렇게 성의없이 아아, 그러세요. 하면 안되는거잖아. 하긴 관심이 없으니까 그냥 아아, 하고 넘긴걸거야. 갑자기 그 머리좋은 남자가 좁은 세계의 사람으로 느껴졌다. 그 사람이 남자고 뭐고를 떠나서 아마 우리는 안맞았던 것 같다.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책을 별 가치 없는 책이라고 느끼는 사람과는 오래 있기 힘들다. 우리는 그 뒤로 만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연락이 온 적도 없고, 나도 연락 한 적이 없다. 그런가보다. 정말 남자들은 책을 보지 않는걸까. 내가 막스 티볼라의 고백을 볼 때 알고 지내던 남자아이는 내가 책을 많이 보는 것 같아서 부담스럽다고 했다. 그런가보다. 괜찮다. 그 사람들이 책을 보던 보지 않건, 내가 책을 많이 본다고 생각하건 하지 않건,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자랑스럽다. 나도 얼굴 빨개지는 아이다. 아마 우리는 모두 얼굴 빨개지는 아이일거다.
by 코스테 | 2008/09/28 02:45 | 래클린데이즈 | 트랙백 | 덧글(2)
새로운 핸드폰

핸드폰을 바꾼지 좀 된 것 같다. 고장난 핸드폰 포스팅이 올라갔던 때가 8월 21일이었는데, 그 때 이미 고장난지 몇 일 된 시점이었다. 핸드폰을 달고사는 것 치고는 핸드폰 기종이나 기능에 큰 관심이 없어서 8월이 끝나갈 시점에서는 스스로를 '전화 중독자다'라고 인정한 것 치고는 정말 핸드폰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져버렸다. 그러던 와중에 어머니께서, '네가 전화를 받지 못하니까 이쪽이 불편하다.'라면서 핸드폰을 바꾸러 가게 되었다. (핸드폰을 고치는 것 조차 귀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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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테 | 2008/09/26 04:12 | 오늘을 산다 | 트랙백 | 덧글(9)
까만색 첼로를 보았는가?

이제 연주자들이 악기의 색깔마저도 고를 수 있는 시대가 오고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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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테 | 2008/09/23 16:29 | 래클린데이즈 | 트랙백(2) | 핑백(1) | 덧글(68)
컴퓨터가 고장났다

어느날 갑자기 모니터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 때가 이미 한달 전이 되어버렸다. 그 동안 작업은 손도 대지 못하고, 글이나 깨작거리던 노트북, 하지만 한글도 깔려있지 않던 노트북에 한글을 깔고 아이튠즈까지 깔아버렸다. 다행히 500GB 외장하드를 사용했었기 때문에 취미생활을 즐기는데도 문제 없고 생각보다 살만하다. 다만 와우를 못하게 된 것 뿐이다. 원래 게임은 즐기는 것 이외의 용도가 없었기 때문에 그깟 한달 와우 못하게 된다고 해서 섭섭할 거 없겠지, 생각했는데 그래도 와우 유저 아니랄까봐 어쩌다가 와우 이야기라도 나오면 반가워 죽겠다. 그러니 말인데, 한 번쯤 와우 하는 남자랑 사귀고 싶다. 같이 게임도 하고, 그러면 취미 맞고 좋을 것 같은데 아무도 내가 게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임 안하게 생겼나보다. 나한테 구두를 사주는 남자, 스테이크나 칵테일을 먹으러 갈 수 있는 남자보다, GS에서 공화춘 - GS 25시 편의점의 인스턴트 짜장면 - 을 먹어도 좋으니 같은 취미를 공유하고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은건 어린 날의 치기인걸까? 시간이 나면 함께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내가 본 연극에 대해서 깊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이 시점에서는 그냥 친구라도 좋으니까 저 정도로 취미가 맞는 사람 없나. 누구 저랑 친구 할 사람 없나요?

ps. 가끔 스테이크 먹고 칵테일 먹으러 가고 주말엔 연극 한편을 보고 주중엔 와우를 함께 할 사람은 없겠지.
by 코스테 | 2008/09/22 01:59 | PM 12:00 | 트랙백 | 덧글(5)
오늘 서울은 하루종일 맑음
요즘 노트북을 켜 놓으면 항상 듣는 음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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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스테 | 2008/09/22 01:22 | PM 12:00 | 트랙백 | 덧글(4)
4 HOURS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이어지는 내용
by 코스테 | 2008/09/19 04:54 | 오늘을 산다 | 트랙백 | 덧글(4)
연애를 잘 하는 여자
연애하기 좋은 사람과 결혼하기 좋은 사람.

분명히 연애를 잘 하는 여자가 있다. 우리는 그런 여자를 보고 꼭 여우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냥 연애를 잘 하는 여자라고 말 할 뿐이다. 때로는 그런 여자를 보고, 잘 꼬이는 여자라고 한다.

이어지는 내용
by 코스테 | 2008/09/19 03:53 | PM 12:00 | 트랙백(4) | 덧글(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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